크레스티드 게코를 키우다 보면 사육장 바닥보다 유리벽이나 높은 구조물에 붙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수직으로 된 유리벽을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고 몸을 거의 거꾸로 한 상태에서도 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모습을 볼 때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발톱으로 유리를 잡고 있는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매끄러운 유리에는 발톱을 걸 만한 곳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크레스티드 게코는 발을 유리에 붙인 채 몸을 지탱하고 방향까지 바꾸며 이동합니다.
저도 사육하면서 이런 모습을 자주 보는데, 유리 반대편에서 발을 자세히 살펴보면 평소 위에서 볼 때와는 모습이 조금 다릅니다. 발가락이 유리에 넓게 펼쳐져 있고 각각의 발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움직이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크레스티드 게코가 유리벽에 잘 붙을 수 있는 이유를 알아보면서 평소 발가락 상태를 어떻게 확인하고 있는지도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크레스티드 게코는 어떻게 유리벽에 붙을까?
크레스티드 게코가 유리벽에 붙어 있는 모습을 보면 발가락 끝부분이 유리 표면에 넓게 닿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발톱으로 유리를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크레스티드 게코를 포함한 여러 게코류의 발가락 아래에는 매우 미세한 털 모양의 구조인 세타(setae)가 있습니다.
이 미세한 구조가 표면과 아주 가까이 접촉하면서 생기는 분자 사이의 약한 인력이 부착에 도움을 줍니다. 게코의 발바닥이 유리에 접착제처럼 달라붙는 것은 아니며, 이런 미세한 접촉 구조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때 흔히 설명되는 것이 반데르발스 힘입니다. 하나의 접촉에서 생기는 힘은 매우 작지만 발가락 아래의 수많은 미세 구조가 표면과 접촉하면서 게코의 몸을 지탱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발톱을 걸 수 없는 매끄러운 유리에서도 몸을 지탱하고 위아래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육장 유리벽에 붙어 있는 모습을 보면 배가 유리에 완전히 붙어 있지 않아도 네 발로 몸을 지탱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가락을 가까이 보면 구조가 다르게 보입니다
평소 크레스티드 게코를 위에서 바라보면 발가락이 작게 보이기 때문에 발바닥의 형태까지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유리벽에 붙어 있을 때 사육장 반대편에서 보면 발가락 끝부분이 넓게 펼쳐진 모습을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발가락이 유리 표면과 접촉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발가락 상태를 살펴보고 싶을 때 일부러 게코를 잡아서 뒤집기보다는 유리벽에 붙어 있을 때 자연스럽게 확인하는 편입니다.
크레스티드 게코에게 발톱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나무껍질이나 코르크처럼 거칠고 굴곡이 있는 구조물을 이동할 때는 발톱이 표면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반면 매끄러운 유리에서는 발톱을 걸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발가락 아래의 접착 구조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육장 안에는 유리, 코르크, 나뭇가지, 인공 구조물처럼 서로 다른 표면이 있습니다. 게코가 이런 곳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 발가락과 발톱을 상황에 따라 함께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유리벽을 이동할 때 발가락도 계속 움직입니다
유리벽을 움직이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발을 단순히 위아래로 옮기는 것보다 각각의 발가락을 사용하면서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쪽 발을 옮기는 동안 다른 발로 몸을 지탱하고 다시 발을 유리에 붙이면서 조금씩 위치를 바꿉니다. 위로 올라갈 때뿐 아니라 옆으로 방향을 바꾸거나 아래쪽으로 내려올 때도 네 발을 번갈아 사용합니다.
가만히 붙어 있을 때는 잘 보이지 않지만 이동하는 순간을 보면 발가락이 유리에서 떨어졌다가 다시 붙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모습을 볼 때 단순히 ‘유리벽을 잘 탄다’고만 보지 않습니다. 네 발을 모두 자연스럽게 사용하는지, 한쪽 발만 계속 들고 있지는 않은지, 평소와 비슷한 속도로 이동하는지도 함께 살펴봅니다.
이렇게 평소 움직임을 알고 있으면 나중에 행동이 달라졌을 때 비교하기도 쉽습니다.

잘 붙던 크레스티드 게코가 미끄러질 때도 있습니다
평소 유리벽을 잘 타던 크레스티드 게코가 갑자기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면 발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미끄러졌다는 이유만으로 발가락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유리벽의 상태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분무 직후 유리 표면에 물방울이 많이 남아 있거나 유리에 먹이와 먼지 등의 오염물이 묻어 있다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게코의 발가락 자체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탈피가 끝난 뒤에는 발가락 끝에 벗겨지지 않은 껍질이 남아 있지 않은지 살펴봅니다. 발가락처럼 작은 부위는 몸통의 탈피가 끝난 뒤에도 껍질이 남아 있는 것을 바로 발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저는 탈피 후 몸 전체만 확인하기보다 유리벽이나 구조물에 붙어 있을 때 발가락 끝도 같이 보는 편입니다.
발가락에 남은 탈피 껍질을 확인하는 방법은 이전에 작성한 「크레스티드 게코 발가락에 탈피 껍질이 남았을 때 확인 방법」에서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유리벽에서 한두 번 미끄러지는 것과 계속해서 제대로 붙지 못하는 모습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평소와 달리 반복해서 미끄러지거나 특정 발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발가락뿐 아니라 다른 행동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지도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유리벽에 붙어 있을 때 발가락을 확인해 봅니다
크레스티드 게코의 발가락은 몸에 비해 상당히 작습니다. 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확인하려고 하면 게코가 움직이기도 하고 불필요하게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평소 사육장 안에서 움직일 때 관찰하면 자연스럽게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가 주로 확인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네 발을 모두 자연스럽게 사용하는지
✓ 발가락이 평소처럼 펼쳐지는지
✓ 발가락 끝에 탈피 껍질이 남아 있지 않은지
✓ 붓거나 평소와 색이 달라 보이는 부분은 없는지
✓ 유리벽과 구조물을 평소처럼 이동하는지
✓ 특정 발을 계속 들고 있거나 사용하지 않는 모습은 없는지
특히 유리벽에 붙어 있을 때는 평소 보기 어려운 발바닥이 보이기 때문에 관찰하기 좋은 순간입니다.
가능하다면 사진도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발가락 모습이 달라 보일 때 이전 사진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리벽에 붙는 모습도 평소 상태를 확인하는 기준이 됩니다
크레스티드 게코가 유리벽에 붙어 있는 것은 사육하면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행동입니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작은 발가락으로 매끄러운 유리 표면에 몸을 지탱하고 이동하는 독특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유리벽을 자유롭게 올라가는 모습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이후 유리 반대편에서 발바닥을 살펴보면서 발가락 끝이 생각보다 넓게 펼쳐져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평소 모습을 알아두는 것은 발가락 상태를 확인할 때도 도움이 됩니다.
어제 한 번 미끄러졌다는 사실보다 평소에는 어떻게 이동했는지, 네 발을 모두 사용했는지, 탈피 전후로 달라진 부분은 없는지를 함께 비교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크레스티드 게코가 유리벽에 붙어 있다면 단순히 신기한 모습으로 지나치지 않고 가끔 발가락도 살펴보세요. 게코를 따로 잡지 않고도 발바닥과 발가락 상태를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