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스티드 게코가 먹이를 안 먹을 때 확인할 것

먹이그릇 근처 사육장 안에 있는 크레스티드 게코

먹이를 넣어둔 다음 날 사육장을 확인했는데 먹이그릇이 거의 그대로라면 처음에는 걱정부터 들 수 있습니다. 특히 평소보다 먹이가 많이 남아 있으면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닌지, 먹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닌지 여러 생각이 들게 됩니다.

하지만 먹이그릇에 먹이가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크레스티드 게코가 전혀 먹지 않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적은 양을 핥아 먹었다면 육안으로 차이가 크게 보이지 않을 수 있고, 먹이 반응은 사육 환경이나 개체 상태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먹이 종류부터 계속 바꾸기보다는 실제로 먹은 흔적이 있는지 살펴보고, 사육장의 온도와 습도, 먹이 상태, 평소 행동까지 순서대로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먹이를 안 먹는 것처럼 보일 때 제가 사육장을 확인한다면 무엇부터 살펴볼지 순서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정말 먹지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먹이그릇이 처음 넣었을 때와 거의 비슷해 보인다고 해서 바로 먹이 거부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크레스티드 게코가 한 번에 먹는 양이 많지 않은 경우에는 먹이를 조금 핥아 먹어도 그릇에 상당한 양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먹이를 넉넉하게 담았다면 실제 섭취량을 눈으로 구분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먹이를 주기 전과 다음 날 먹이그릇을 비교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급여 후 먹이가 남아 있는 크레스티드 게코 먹이그릇

먹이 표면에 흔적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먹이를 얇게 담아두면 표면에 작은 홈이나 핥은 것처럼 보이는 흔적이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이런 흔적 하나만으로 충분히 먹었다고 판단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먹이그릇 상태와 함께 최근 배설물이 있었는지, 평소처럼 활동하고 있는지를 같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먹이가 계속 거의 손대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고 다른 변화까지 같이 나타난다면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번에 어느 정도를 준비하고 얼마나 자주 급여할지에 대한 내용은 크레스티드 게코 먹이 급여량과 급여 주기에서 별도로 정리했습니다. 먹이를 많이 담아두어 섭취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함께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사육장의 온도와 습도부터 다시 확인합니다

먹이를 잘 먹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 먹이 종류를 바꾸기 전에 먼저 현재 사육 환경이 평소와 달라지지 않았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크레스티드 게코를 포함한 파충류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체온을 조절하기 때문에 사육장의 온도 관리가 중요합니다. RSPCA의 크레스티드 게코 사육 안내에서도 사육장에 적절한 온도 구간을 만들고 실제 온도를 온도계로 확인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크레스티드 게코 사육장 내부 온도와 습도를 표시하는 온습도계

평소와 온도가 달라지지 않았는지 봅니다

특히 계절이 바뀌거나 냉방·난방을 시작한 뒤에는 사육장 내부 환경도 함께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방의 체감 온도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게코가 실제로 생활하는 위치의 온도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사육장 내부 온도를 어디에서 측정하고 계절에 따라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지는 크레스티드 게코 적정 온도와 계절별 온도 관리에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분무 직후의 습도만 확인하지 않습니다

습도 역시 한 번 측정한 숫자만 보는 것보다 하루 동안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분무 직후에는 습도가 빠르게 올라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내려갑니다. 계속 젖어 있는 환경과 분무 후 적절하게 건조되는 환경은 다르게 봐야 합니다.

Royal Veterinary College와 RSPCA의 사육 안내에서도 크레스티드 게코의 습도를 습도계로 확인하고 적절하게 관리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다만 자료에 따라 제시하는 수치에는 차이가 있으므로 하나의 숫자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기보다 실제 사육장의 환기, 측정 위치와 분무 후 경과 시간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분무 전후 변화와 확인 방법은 「크레스티드 게코 습도 관리, 분무 전후 어떻게 달라질까?」에서 따로 다루고 있습니다.

먹이 종류보다 현재 급여 조건을 확인합니다

온도와 습도에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그다음에는 먹이 자체와 급여 조건을 확인해 봅니다.

크레스티드 게코에게 줄 먹이를 새로 준비하는 모습

오래 놓여 있던 먹이는 새로 교체합니다

크레스티드 게코용 분말 먹이는 물과 섞어 준비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가 달라집니다.

오래 놓아둔 먹이를 계속 두기보다는 사용하는 제품의 급여 및 보관 안내를 따르고 정해진 시간에 새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RSPCA 역시 물과 섞은 크레스티드 게코용 먹이를 오래 방치하지 말고 남은 먹이를 제거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꺼번에 바꾼 것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먹이를 먹지 않는 것처럼 보여 걱정되면 여러 조건을 동시에 바꾸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 먹이 종류
  • 물과 섞는 비율
  • 먹이그릇 위치
  • 급여 시간
  • 사육장 구조

같은 조건을 한꺼번에 바꾸면 어느 변화에 개체가 반응했는지 판단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최근 먹이 제품이나 급여 방법을 변경했다면 우선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먹이 종류와 기본적인 준비 방법은 크레스티드 게코 먹이 종류와 급여 방법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먹이의 종류 자체보다 평소와 달라진 급여 조건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 집중합니다.

먹이그릇만 보지 말고 평소 행동도 비교합니다

크레스티드 게코가 먹이를 얼마나 먹었는지는 그릇 하나만으로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 모습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육장 구조물 위에서 쉬고 있는 크레스티드 게코

사육장을 확인할 때는 다음과 같은 부분을 같이 살펴볼 수 있습니다.

  • 평소 쉬던 위치에 있는지
  • 어두워진 뒤 움직임이 평소와 비슷한지
  • 사육장 벽이나 구조물을 평소처럼 이동하는지
  • 최근 배설물이 확인되는지
  • 탈피를 앞두거나 탈피한 흔적이 있는지
  • 눈에 띄는 외형 변화나 부상이 없는지

크레스티드 게코는 낮에 숨어 쉬고 저녁과 새벽 무렵 활동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낮에 움직이지 않는 모습만 보고 활동성이 떨어졌다고 판단해서도 안 됩니다. RSPCA 역시 이 종을 주로 황혼 무렵 활동하는 종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평소 모습과 비교했을 때 무엇이 달라졌는지입니다.

먹이는 남아 있지만 평소처럼 움직이고 배설도 확인되는 경우와, 먹이도 먹지 않으면서 움직임과 배설 등 여러 부분이 동시에 달라진 경우는 같은 상황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가능하다면 체중 변화도 기록합니다

먹이 섭취량은 눈으로 정확히 재기 어렵지만 체중을 일정한 조건에서 기록하면 장기간의 변화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RSPCA의 사육 안내에서도 성장 중에는 체중이 증가하는지, 성체가 된 뒤에는 체중이 유지되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일반적인 사람용 체중계는 수십 g 정도인 크레스티드 게코의 무게를 정확하게 측정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현재 별도의 소형 저울이 없다면 체중 수치를 억지로 측정하기보다 먹이 반응과 배설, 활동 상태 같은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먼저 기록해 두어도 좋습니다.

몸통과 다리 꼬리 상태가 보이는 크레스티드 게코 전체 모습

예를 들어 날짜별로

먹이 상태 → 배설 여부 → 활동 모습 → 온도와 습도 → 특이사항

정도만 간단하게 남겨도 며칠 뒤 평소와 다른 변화가 있었는지 비교하기가 쉬워집니다.

다른 이상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지도 봅니다

먹이를 잘 먹지 않는 모습 하나만으로 특정 질환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먹이 거부가 계속되면서 다른 이상 변화까지 같이 나타난다면 단순히 입맛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오래 지켜보기만 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지 확인합니다.

  • 체중이 지속해서 감소함
  • 평소와 비교해 뚜렷하게 무기력함
  • 호흡 모습이 평소와 다름
  • 비정상적인 배설이 반복됨
  • 움직임이나 발가락 사용이 평소와 다름
  • 외상이나 출혈이 확인됨
  • 탈수가 의심되는 모습이 계속됨
  • 먹이 거부와 여러 이상 증상이 함께 나타남

RSPCA의 크레스티드 게코 건강 안내에서도 체중 감소나 비정상적인 배설 등을 건강 이상을 확인할 때 살펴볼 부분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문제가 의심되는 경우 파충류를 진료하는 수의사의 도움을 받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인터넷 글만 보고 질환을 추측하거나 임의로 강제급여와 치료를 시도하기보다 파충류 진료 경험이 있는 동물병원에 상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먹이를 안 먹는 것 같을 때는 이 순서로 확인합니다

여러 가지 원인을 한꺼번에 생각하면 오히려 무엇부터 봐야 할지 어려워집니다.

저라면 다음처럼 순서를 나눠 확인합니다.

1. 먹이 표면에 실제 섭취 흔적이 있는지 확인

2. 최근 배설물과 평소 활동 상태 확인

3. 사육장 온도 확인

4. 분무 전후 습도와 사육장 상태 확인

5. 먹이 상태와 최근 변경한 급여 조건 확인

6. 가능하다면 일정한 조건에서 체중 변화 기록

7. 먹이 거부 외에 다른 이상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지 확인

이렇게 하나씩 살펴보면 무작정 먹이를 계속 바꾸는 것보다 현재 달라진 부분을 찾기가 쉽습니다.

먹이그릇 하나보다 평소 기록이 더 중요합니다

크레스티드 게코 먹이그릇에 먹이가 남아 있다고 해서 바로 건강 이상으로 연결할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실제로 조금이라도 먹은 흔적이 있는지 살펴보고, 배설과 활동 모습, 사육장의 온도와 습도, 먹이 상태와 최근 바뀐 조건을 순서대로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평소 모습을 사진이나 간단한 기록으로 남겨두면 변화가 생겼을 때 비교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다만 먹이를 먹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면서 체중 감소나 무기력, 호흡이나 배설 이상 등 평소와 다른 변화까지 함께 나타난다면 온라인 정보만으로 원인을 판단하지 말고 파충류 진료 경험이 있는 동물병원과 상담해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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